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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기회의 땅 연재본

1부 3화. 세인트 바실리

by 사앵 2023. 7. 27.

 

 

 

 이반 게오르기예비치 브루실로프.
 1916년 루스 돌고루키에서 출생.
 1919년에 컬럼비아 이주, 아이번 게오르기 바실리예프로 개명.
 루스계 마피아 조직 슬론쳅스카야 브라트바의 간부.
 바실리 컨설팅 경영권 승계 거부 중.

 게오르기 블라디미로비치 브루실로프.
 생년 및 출생지 불명.
 1919년에 컬럼비아 이주, 바실리 컨설팅 회장 이오시프 바실리예프의 양자로 입적.
 루스계 마피아 조직 슬론쳅스카야 브라트바의 보스.
 바실리 컨설팅 경영권 승계 예정.

 패밀리로부터 넘겨받은 문건의 내용이었다. 

 "삼류 양아치는 아니었군."

 루치오가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끄며 중얼거렸다.

 문건은 의뢰인의 정체와 더불어 컬럼비아에서 제일가는 경영 자문 기업과 루스계 마피아의 유착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기업과 범죄 조직의 유착은 일반인들도 알 정도로 흔한 일이었지만 조직의 보스가 자기 성(姓)까지 바꾸면서 기업 총수의 양자로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상식 밖이었다. 기업의 경영권이 목적이라면 쉽게 따낼 수 있어도 조직의 대외적 평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도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터였다.

 '우리처럼 가문 이름을 내걸고 다니는 조직이었다면 진작에 망했겠지.'

 루치오가 속으로 생각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의뢰인이 경영권 승계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루치오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단순한 반항심 때문이거나, 조직 내에서 정통성을 확보함으로써 자기 부친을 제치고 입지를 넓히기 위함이거나.

 어느 쪽이든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루치오가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루치오가 장담한 대로 안드레이 브루실로프는 한 달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선고가 끝나자 방청객 중 한 명이 자기 가방을 변호인석을 향해 집어 던졌다.

 "망할 굼바(Goombah,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가리키는 비칭) 새끼. 너희 집안에서 다 매수한 거지! 재판은 무효야! 저 루스 놈을 당장 잡아 처넣으란 말이야!"

 판사가 의사봉을 두드리며 정숙을 외쳤다. 방청객은 악을 써대며 보안관들에게 끌려나갔다. 소란이 진정되자마자 판사는 폐정을 선언했다.

 "다친 거 아니죠?"

 방청석에 앉아 있던 아이번이 다가와 물었다. 루치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요. 맞지도 않았습니다."

 "줄리어스 저 미친 자식. 하긴 뒈진 사람이 자기 숙부니까 제 딴에는 복장이 터지겠죠."

 "아는 사람인가요?"

 루치오가 아이번에게 물었다.

 "조부님 밑에서 경영을 배우던 놈이에요. 지금은 연합 경영권자고. 연합이 뭔지는 알죠?"

 루치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리가 없었다. 패밀리의 일원이 되자마자 컬럼비아의 뒤쪽 세계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면서 연합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카일루스 연합. 19세기에 애덤 그랜트가 세운 전국 범죄 조직 연합체였다.

 1800년대에 불어닥친 이민 열풍은 컬럼비아의 암흑가를 혼란기로 밀어 넣었다. 기존의 갱스터 세력과 크레타계 마피아 패밀리들, 남컬럼비아의 마약 카르텔과 동방의 삼합회 등 수많은 조직이 이권 다툼을 벌였다. 열여섯 주(州)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매일마다 전쟁이 일어났다.

 이러한 혼란기에 종언을 고한 자가 애덤 그랜트라는 불세출의 영웅이었다. 라일랜드계 갱단인 그랜트 패밀리를 이끌던 그는 알리티아나계 마피아 패밀리와 결혼 동맹을 맺고 정복전에 뛰어들었다. 암흑가 평정은 십 년이 넘게 걸렸지만 결국에는 모든 계파가 그랜트의 이름 아래 무릎 꿇었다. 각 계파의 보스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애덤 그랜트는 자신의 범죄 제국을 선포했다. 카일루스 연합의 탄생이었다.



 "동질감이라고?"

 술에 취한 아이번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이전에 아이번이 루치오에게 보인 미소에 대해 말하던 중이었다.

 "그냥 저 혼자서 추측한 거죠."

 루치오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뭐. 좋을 대로 생각하쇼."

 아이번이 자기 잔을 테이블에 놓인 루치오의 잔에 부딪치고는 술을 쭉 들이켰다. 두 사람은 '세인트 바실리'라는 주점에 앉아 있었다. 승소 기념으로 아이번이 한턱내겠다며 데려온 곳이었다. 샤슐릭이 안주로 나왔는데 처음 먹어보는 루치오에게도 맛이 꽤 괜찮았다.

 "실리치아 사람 입맛에도 맞나 보네요."

 아이번이 꼬치에서 양고기를 빼내던 루치오에게 말했다.

 "실리치아 사람이라고 말씀드린 적 없지 않나요?"

 "실리치아에서.. 뭐 좀 그렇고 그런 태생이시던데?"

 "함부로 법조인 뒷조사하셨다간 좋은 꼴 못 보실 겁니다, 바실리예프 씨."

 "왜 이러시나. 그쪽은 내 뒷조사 안 했어?"

 아이번의 물음에 루치오가 대답하는 대신 피식 웃었다.

 "뭐야. 진짜 한 거야?"

 "건배하죠."

 두 사람이 잔을 부딪치고 술을 들이켰다.

 "사생아와 문제아의 환상적인 조합이군. 아,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아이번이 루치오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왜 연합의 명단에 당신 이름이 없는 거죠? 알레산드리니라는 그 성씨만 달고 있으면 연합 정도는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거 아닌가?"

 루치오는 바로 답을 주지 않았다.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아이번은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제가 패밀리에 들어간 건.."

 루치오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고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패밀리의 힘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알레산드리니라는 이름, 그 이름 하나가 필요해서 들어간 거죠. 대학에 들어갈 때도, 로스쿨에 들어갈 때도, 변호사 시험을 볼 때도 저는 패밀리의 힘을 조금도 빌리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제 능력만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죠."

 루치오가 술을 들이켜고 말을 이어갔다. 술기운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말들이 줄줄 새어 나왔다.

 "저는 정상에 서고 싶습니다, 바실리예프 씨. 저라는 사람을 그 누구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곳에 말입니다. 패밀리는 저에게 있어 정상에 오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만약 패밀리가 제 발목을 잡는다면 가차 없이 저버릴 겁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군. 참 웃기는 놈이야.'

 루치오의 취중 열변을 들으며 아이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앞에 앉은 변호사는 방금 자신이 한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 패밀리의 이름이야말로 패밀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패밀리의 이름을 듣고 판사는 무죄를 선고한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뒷골목 건달들은 복종한다. 어린아이도 알 만한 것을 루치오 알레산드리니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치오의 오만과 그로 인한 위선이 아이번은 싫지 않았다. 자신이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오만과 위선은 뒷세계 동년배들에게서 흔하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연합에 들어갈 때도 당신의 능력만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거군요. 패밀리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힘들 텐데. 세상에는 나 같은 양아치도 많지만 그만큼 변호사도 많아요. 법 좀 배웠다고 연합이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주지는 않지."

 아이번이 종업원을 불러 술을 한 병 더 주문했다.

 "재판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정보를 하나 주죠, 알레산드리니 씨. 연합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를 테니까."

 아이번의 말투가 진지해지자 루치오도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재판 때 당신한테 가방 던진 놈 기억나죠?"

 "기억납니다. 이름이 줄리어스라고 했죠."

 "맞아요. 줄리어스 스트라우스. 당신도 알겠지만, 거대 조직은 하나의 기업입니다. 연합도 마찬가지예요. 계열사랑 하청 업체를 존나게 많이 소유한 대기업이죠."

 아이번이 술병을 열면서 설명했다.

 "29년도에 주가가 폭락했을 때 다른 대기업들처럼 연합도 전문경영인들을 여럿 끌어들였어요. 연합이 소유한 지주회사 애덤 그랜트의 경영을 맡기려고요. 그런데 스트라우스 같은 놈들이 연합의 경영권까지 요구하기 시작한 겁니다. 연합을 애덤 그랜트의 소유물로 본 거죠."

 "연합 보스들의 반발이 컸겠군요."

 루치오의 말에 아이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위대하신 우리 총수께서는 그놈들의 연합 경영을 승인하셨죠. 덕분에 지금의 연합은 개판 그 자체입니다. 두 파벌로 갈려서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중이에요. 하나는 기존의 보스들이 결집한 구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권자들과 그놈들 뒷구멍 핥기나 급급한 머저리들이 모인 신세력입니다."

 아이번이 술을 들이켜고는 한숨을 쉬었다.

 "맘 같아선 다 찢어발기고 싶지만 난 그놈들을 욕할 자격이 없어요. 그 난장판을 주도한 장본인이 우리 조부님이니까. 하지만 루치오 당신은 다르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 개새끼들한테 한 방 먹여줄 수 있지. 안 그래요?"

 "물론입니다, 바실리예프 씨."

 루치오가 잔을 들었다. 아이번도 잔을 들어 루치오의 잔에 갖다 댔다.

 "연합을 위해 건배."





 실제 역사에서,

 조조의 친부 조숭(曹嵩), 환관 조등(曹騰)의 양자가 되다.

 건석, 어린 시절에 조등의 보살핌을 받다.

 십상시를 위시한 환관 무리의 횡포가 극에 달하다.

 환관과 외척들로 이루어진 탁류파와 반대 세력인 청류파가 극렬하게 대립하다.

 원소와 조조, 서로 교류하며 친분을 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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